리뷰

[리뷰]캐릭터에 액션까지 챙겼다, 그랑블루 판타지:Relink

Otakuman 2024. 2. 21. 09:51

가챠까지 가져올 필요는 없었는데...

예전부터 흥행한 IP들로 게임을 만드는 건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씹덕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작품이 나오면 예전에는 한 번씩 찍어먹어 봤던 기억이 난다. 데이트 어 라이브라던가,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라던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접해봤던 게임은 역시 소드 아트 온라인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게임들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본이 캐릭터 팔이라서 그런 것일까 대부분 하자 있는 게임성으로 조금 하다가 던져버렸던 기억들만이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이런 류의 게임은 잘 건들지 않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게임이 나와버렸다. 바로 『그랑블루 판타지:Relink』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7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결제하고 그랑블루의 세계에 며칠이나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제작:Cygames
장르:액션 RPG
한글패치:O(공식지원)
플레이 타임: 스토리 클리어까지 약 12시간, 이후에 파밍 단계는 원하는 만큼..
스팀평가:매우 긍정적(21,188개 평가 2024년 2월 21일 기준)
가격:68900원


소개 및 소감

그랑블루 판타지:Relink는 한국에서는 크게 유명하지 않은 IP인 그랑블루 판타지 시리즈로 만든 액션 RPG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런 화면으로 진행되는데, 싱글도 멀티도 기본적으로 4인의 파티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싱글의 경우는 첫 번째 자리에 있는 캐릭터를 조작하고 나머지 3인은 AI가 조작하게 된다. 멀티의 경우는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공격 버튼은 기본적으로 두 개를 조합하는 것으로 진행하게 되고(사진에서는 공격과 파워 레이즈로 적혀있다.) 거기에 어빌리티라고 특수한 스킬 같은 것을 배치해 두고 쓰게 된다. 
그 외에도 캐릭터들의 필살기인 오의, 합동 공격인 링크 어택이나 오의 체인 같은 요소도 무척이나 로망 넘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오의 체인에서 마지막에 다 같이 추가 기술명을 외치는데 이 부분이 너무 좋아서 매번 쓸 때마다 같이 대사를 외칠정도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액션 파트는 훌륭했다. 간단한 조작으로도 적응하고 응용하기도 쉬웠으며, 각 캐릭터마다 자신의 콘셉트를 살려 차별화하려 한 것이 무척이나 잘 드러났다. 예를 들자면, 이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나루메아는 검호라는 설정에 맞게 공격을 하다가 다른 키를 누르면 자세를 변경해 다른 공격방식을 사용하는 식으로 설계돼있지만 마법사인 이오는 스택을 모아서 차지해 커다란 마법을 날릴 수 있는 식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각 캐릭터의 독특한 설계는 각 캐릭터 간의 시너지나 플레이 방식을 고민해 볼 여지를 주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또 호평할 점은 역시 아트라고 생각한다.

인게임 스크린샷

이 하늘을 보라, 아름답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3D 게임이지만 캐릭터들을 만화 같은 느낌을 유지하면서 잘 뽑아낸 점은 훌륭하다. 또한  게임 내내 보여주는 자연경관이나 맵 디자인은 수려한 조명 효과에 힘입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멋진 배경 그래픽들은 그랑블루의 세계에 플레이어가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래픽의 강점은 연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중간중간 나오는 컷씬들은 그야말로 '멋있다'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비판받을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칭찬할 구석도 있지만 비판할 것도 많은 스토리를 살펴보자.
 
리링크의 스토리는 좋게 말하면 왕도적인,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적인 이야기로 흘러간다. 공주 포지션의 누군가가 납치되고 그것을 구하러 가는 긴 여정말이다.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는 훌륭한 그래픽으로 비롯된 연출에서 멋진 모험으로 탈바꿈되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거대한 보스의 몸을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져 내려가서 공격하는 파트에서는 그야말로 전율감을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IP를 가져온 게임들이 판촉용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기존의 그랑블루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노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더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면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됐을 테니까. 이를 위해서 기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페이트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스탯을 보상으로 유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사실 클리셰적인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클리셰에 진심이라 챕터명으로 타이틀 회수를 하거나 하던 부분도 있었기에 나는 좋았다고도 생각한다. 게다가 악역에도 꽤 진심인 것도 안이한 씹덕 전개를 예상하고 있었기에 마음에 들었다.
 
이 스토리에서 가장 문제인 점은 오리지널 캐릭터인 이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알기로 이 게임에서 오리지널 캐릭터는 크게 롤란, 이드 두 명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플레이 당시에는 그랑블루에 대한 사전지식의 거의 전무했기에 이 조차 모르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말하고자 한다. 이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1. 과도한 띄워주기. 2. 빌드업의 부족으로 말이다. 이드 옆에 있으면 싱글 플레이에서는 매번 파티에 끼워 넣어야 하고, 내가 이름까지 지어준 주인공 캐릭터가 쩌리가 되어버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 자식은 일대일로 적 공격도 튕겨내는데... 주인공은 강제적인 패배 이벤트를 몇 번이나 겪는 데다가 마지막 파트를 제외하면 단독으로 멋진 부분은 거의 없다싶이하다.(히로인인 루리아와 같이 손잡고 성정수를 소환하는 게 필살기처럼 보인다... 물론 나는 히로인과 같이 쓰는 필살기를 좋아하고 연출 때문에 멋있긴 하지만.)
또한 이드의 서사가 조명 부족으로 인해 너무 급진적인 느낌을 받았다. 만약 그런 전개를 할 거라면 롤란처럼 이른 시기에 동료로 합류해 있던가, 아니면 개인 파트를 좀 더 조명해서 납득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게임에서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오면 띄워주기 마련이고,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는 본가에서 진행되기에 이곳은 외전이라고 생각해 보면 스토리의 주요 구심점은 이드가 되는것이 맞긴하지만, 역시 정도가 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비판할 점은 역시 싱글 플레이가 끝난 후 열리는 플레이 파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에 들이는 공을 생각해보면 이해는 되지만 보스들이 기존 것을 변형-재탕한 것인 것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최고 난도인 PROUD에 올라가면 보스가 동시에 두~세 마리씩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가끔 패턴이 겹치면 끔찍한 불합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불쾌한 파트기도 했다. 또한 이 뒤에는 끝없는 파밍 파트가 기다리고 있는데, 캐릭터의 스펙을 마구마구 맞추고 궁극 무기를 얻어서 그것까지 다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역시 확률이 문제가 된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진'이란 요소로 세팅을 맞춰서 강해지게 되는데 이 진을 얻으려면 스테이지에서 얻거나, 만물상 가챠(랜덤 뽑기를 말한다.)나, 유물 가챠를 돌려야 한다. 물론 유료는 아니고 계속해서 막일을 해서 재화를 수급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드롭 테이블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적어도 세분화를 조금 시켜두거나 하다 못해 일괄 가챠 기능 같은 게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괴로워진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그냥 재밌으니까 이런 불쾌한 파트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끝없는 파밍을 통해 스펙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성공이 앞으로 업계에도 좋은 자극이 되어서 게임성을 같이 확보한 애니풍의 게임이 잔뜩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며 오늘은 이만 마치겠다. 지금까지 『그랑블루 판타지:Relink』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