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최후의 판타지
우선 글에 앞서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싶다. 그래도 괜찮다면 시작해 보자.
나의 한 달, 플레이 타임 288시간의 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다. 원래 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개인적으로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MMORPG를 잘하지 않지만, 이 작품만큼은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강력한 추천을 받은 것이다. 그러다가 메타 크리틱 점수로 온라인게임이 무려 평론가/유저 9.0을 넘는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임이 바로 오늘 소개할 『파이널 판타지 14』되시겠다.
제작:스퀘어에닉스
장르:판타지, MMO RPG
한글패치: O(공식지원)
플레이타임: 원하는 만큼..!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다 본다면 200시간 정도 소요 예상.
가격: 60 레벨까지 무료, 30일 월정액 19800원.
우선 이 게임은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바로 게임플레이다. 물론, 나는 모든 직업이나 하드콘텐츠, 제작 등까지는 해보지 못했다는 점을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특히나 전투파트인데, 이 게임에서 전투란 것은 기본적으로 버튼을 눌러 스킬을 사용하면서 공격하기->장판 피하기 정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기본적인 구조가.... 나로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특히 스킬도 별로 없는 초반부 구간에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너무나도 단조롭고 진지하게 졸음이 찾아온다.(탐타라 묘소라는 던전을 새벽에 하다가 진짜로 졸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실, 이 전투라는 행위는 두 번째로 나올 '스토리'에 유저들을 몰입시키는 양념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딱 잘라 말하자면, 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훌륭하다. 좋은 배경음악과 수많은 컷씬을 통한 연출로 인한 전달력은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길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이 파격적인 전개, 사이다... 그런 것으로 바탕이 되었냐고 하면 절대 아니다.
파이널판타지 14는 전형적인 왕도물과 같은 주제의식을 얘기한다. 희망, 소망... 이른바 듣기 좋은 말들이다. 때문일까 이런 '전형적인' 느낌은 특히나 초반부에 두드러진다. 신생 에오르제아 파트의 스토리는 뭉텅 잘라서 요약하자면 '모험을 시작한 주인공이 갑자기 특수한 힘에 눈 뜨고 신적인 존재에게 세상의 위기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뛰어다닌다.'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영웅서사의 형태를 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로는 훌륭하다는 말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그들만의 스토리 특색이 힘을 발한다. 바로 가리는 게 없다는 것이다. 흔히 이런 좋은 말 하는 세상에 있는 나쁜 요소들을 가려버리거나 절제한다. 온통 밝고 희망찬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는 그러지 않았다. 좋은 면도, 밝은 면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순간 파이널판타지의 세계는 생동감을 가지게 된다. 이런 전환점이 바로 신생 에오르제아의 마지막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동감 있는 세상이기에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
이런 뻔한 이야기를 우리는 창천의 이슈가르드, 홍련의 해방자, 칠흑의 반역자에서 하는 모험을 통해 체감한다.
실패, 패배, 상실, 고난, 어느 순간부터 모호해지는 선과 악.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 모험들은 정말 우리의 모험이 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에오르제아와 마찬가지로 마냥 밝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은 그 어딘가의 모습이니까.
이 모든 모험과 이야기는 확장팩 효월의 종언에 다다랐을 때 화려하게 피어난다. 세상에 멸망을 가져오려는 자는 말한다.
어차피 우주는 멸망하게 되어있다. 절대적인 행복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고 최종적으로는 모두 죽을 뿐이다.
삶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극심한 허무주의를 설파한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는데 바로...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모험 속에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에, 절망을 말하는 자에게 희망을 전달하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지금까지의 모든 복선들과 서사를 회수하면서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이었는데 이렇게 회수한 것을 생각해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렇듯,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도 대단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정말로 어떤 희망을 느꼈기에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나는 사회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서로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윤리와 도덕이란 것이 점점 빈약해져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유료 유저만 3000만 명. 이런 뻔하고, 좋은 소리를 하는 이야기를 3000만 명이 돈을 주고 즐긴다. 세상은 분명 어두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세상을 밝힐 빛의 전사만 3000만 명이 있다. 그런 사실이 나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요즈음 세상에는 수많은 창작물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진부해져서 수많은 변형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러분도 결국 이 이야기를 찾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여러분을 이 게임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후의 환상으로써. 지금까지 『파이널 판타지 1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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