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개가 너무 안일하다.
흔히 유성우,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소원을 비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행동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행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원이 그렇듯 소원이란 건 간절한 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홧김에 빈 소원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 소개할 게임은 바로 『별에게 소원을』이다.
제작 : pinkjuicegames
장르 : 학원, 러브코미디, 비쥬얼 노벨
한글패치 : O (공식지원)
플레이 타임 : 약 8시간
가격 : 스팀 기준 10000원
평가 : 긍정적 (2024년 1월 26일 스팀 기준 38개의 평가)
1. 소개
별에게 소원을은 비주얼 노벨 게임으로, 뭐. 평소와 다름없이 선택지들을 고름으로써 히로인마다 호감도를 적립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루트가 갈리며 엔딩을 보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유성우가 내리던 밤, 세 가지 소원을 빌게 되면서 시작된다. 소원의 내용은 이러했다. 토끼 같은 여자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여우짓 좀 당해보자고, 일상이 재밌어지게 해달라고. 그리고 소원의 결과로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이슬비'가 갑자기 토끼귀가 생겨버리면서 게임은 시작된다.
2. 등장인물
히로인 1. 주인공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로 거의 소꿉친구나 다름없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만 친구 느낌이지 사실상 슬비와 슬비의 친구들은 언제 사귀니?? 하는 수준인 모양.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사람 좋고 털털한 성격.
히로인 2. 공부 잘하고 이쁘고 친구 많은 인싸. 외국인 같은 외모도 그렇고 어딘가 신비스러운 구석이 있다. 별개로 주인공에게 이상하게 짓궂게 구는 아가씨 타입의 캐릭터.
히로인 3. 천문부 부장. 말수도 적고 소심하지만 동물을 아주 좋아한다. 동시에 수업 시간에는 게임기를 꺼내서 하는 정도의 느긋한 마이페이스 성격.
3. 소감
스포일러 주의.
먼저 단연코 말하겠다. 이 게임은 너무 안일하다. 가끔 이런 게임을 하다 보면 영혼에서 느껴지는 때가 있다. "씹덕들 돈 대충 타먹고 끝내지 뭐 ㅎ"같은 그런 화면 너머의 안이한 의사가... 이 게임에서 나는 그랬다. 명백하게 이 게임은 히로인들 엔딩곡을 하나씩 뽑아 줄 시간에 스토리에 더 많은 투자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히로인 개별 파트와 공통 루트가 잘 맞물리지 않는다. 얼마나 맞물리지 않느냐면 히로인 개별 파트에서 있던 내용이 무엇이든 공통 루트의 텍스트는 하나도 변하는 게 없다.(특히 이 게임은 본 문장을 초록색으로 표시하는 기능 때문에 더 잘보인다 그런점이...) 특히 나린이 루트를 볼때 이러한 점을 크게 느꼈다. 아니 그런...이벤트가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변하고 비슷한 얘기를 또 공통 루트에서 하는게 맞나??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게임 전체 분량에서 공통 루트가 3/4고 히로인 개별 루트가 1/4다. 이게 맞나? 히로인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 미연시에서! 게다가 공통 루트가 매우 흥미로운 것도 아니면서! 이 분량 차이가 진정으로 맞을까? 의구심을 가져봐야 한다.
또한 히로인간의 스토리 차이가 심각하다. 어찌 보면 정성도 차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떠오르는 예시를 들자면, 시은이나 슬비 루트에서 영상 컷씬같은건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린이 루트에서만 영상 컷씬을 쓰고, 본인 루트 CG들을 쭉 주마등처럼 회상하면서 보이스가 겹치는 연출 같은 게 들어가 있다. 멀티 히로인을 내세웠음에도 히로인간의 차이가 이렇게 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게다가 스토리 전반에서 실수, 우연. 이런 게 너무 많다. 게임의 시작부터 '우연히' 유성우가 떨어지는 시기에 소원을 빌면서 시작되는데 갑자기 더블데이트를 따지는 장면을 이상한 등장인물(콜라병 빌런이라니.... 누가 생각했는가 대체?)이 주인공을 기절시켜서 유야무야 넘어간다던가... 그 외에도 갑자기 넘어져서, 부딪혀서 기절하는 것도 몇 번씩 나온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남고생이기 전에 그냥 좀 스토리에서 '주인공'처럼 보이는 순간이 적다고 해야 하나...? 나린이 루트에서는 좀 그런 모습이 보였지만, 시은과 슬비 루트에서 주인공스러운 모습이 너무 없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게임이 얼렁뚱땅 넘어간 것도 너무 많다. 그래서 결국 나린이는 어떻게 녹음을 한 건가? 정말 스토킹이라도 했나? 왜?? 237년 살아놓고 성격은 왜 그런가? 소원을 빌려면 왜 한국에 와야 했는가??... 다람쥐는 어쩌다가 수학여행까지 따라왔는가?? 이런 의문점이 떠오를수록 게임에 대한 몰입감은 심각하게 저해된다. 의문 같은 건 떠올리지도 못하게 임팩트를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열심히 혹평했지만, 그럼에도 게임에서 군데군데 좋은 모습이 있기는 하다. 자연스러운 히로인들의 묘사라던가, 나린이 루트에서 드러나는 감정씬의 묘사 같은 것들 말이다. 후속작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겠다. 지금까지 『별에게 소원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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