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에서 흔히 보이는 클리셰 중 하나가 바로 기억상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억상실을 주변에서 겪어본 사람은 몇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내 동생이 넘어져서 머리를 박고 박은 시점부터 기억을 하나도 못하고 있는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새벽에 응급실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도 말은 통해서 다행이네...' 그래도 말을 하고 있으니까 상황이 이상하구나를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 기억상실에 걸렸는데 말까지 다 까먹어 버린 것이다! 바로 오늘 소개할 게임. 『7 Days to End with You』는 그렇게 시작한다.
개발:Lizardry
장르: 어드벤처, 캐주얼, 인디, 시뮬레이션, 비쥬얼 노벨, 퍼즐
한글패치 : 공식 지원
스팀평가 : 매우 긍정적 (2023년 12월 28일 기준, 1119개 평가)
플레이타임 : 약 5~6시간
가격 : 8,900원
1.소개
당신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보이는 건 낯선 천장... 옆에서 반겨주는 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는 여자뿐. 어떻게든 몸짓을 통해 여자가 간단히 언어를 알려주기로 하긴 했는데..... 애초에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저 여자는 뭐 하는 사람이고? 의문을 풀기 위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시작된다..! 정도로 나는 첫 시작을 이해했다. 어차피 진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므로, 처음에는 원하는 대로 생각하면 된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은 비주얼노벨 같은 화면으로 진행되지만 간단한 미니게임들도 있고, 계속해서 사물들과 상호작용해 여자와 함께 언어를 유추해 가면서 진행하게 된다. 물론 한 번에 다 알아내기는 힘들고... 새 게임을 하게 될 텐데, 그때마다 단어장은 저장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모든 말을 이해하는 게 목표가 될 것이다.
뭐라는 거니 대체...
2. 등장인물
기억 상실 상태인 당신을 반겨주는 여성. 기본적으로 호의적으로 보이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으니 뭐가 목적인지도 알 수 없다. 동행하면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 방도 있던데....
3. 소감
우선 아이디어가 아주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비주얼 노벨류 게임에서 '게임'파트를 챙기기란 항상 지난한 일이다. 게임을 챙기면 텍스트 쪽이, 텍스트 쪽을 챙기면 게임이... 비중이 애매해질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유추라는 플레이는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모든 텍스트에 집중하게 이끌면서도 게임적 재미를 준다.
또한 상황설정이 '기억상실'로 인해 '아무것도 모름'이라는 상태는 이런 게임적 요소와 맞물려 플레이어를 게임 깊숙이 몰입하게 한다. 참고로 나는 위에서는 스릴러물처럼 적었지만 첫 회차가 끝났을 때 어린애처럼 울어버렸다.
일전에 소개한 The Expression Amrilato의 장점도 단점도 더 극대화한 느낌의 작품으로, 유추 과정에서 지능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자신이 유추한 단어로 스토리를 짜 맞춰갈 때의 쾌감은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 특성상(내 개인적인 견해다!) 시험 문제처럼 무조건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데, 정말 자신이 이 게임을 너무 못하겠거나 클리어했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공략을 찾아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인공처럼 기억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뿐인 게임 플레이를 타인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은 너무 아깝다.
어떤 이야기가 되든, 그것이 오롯이 당신의 손으로 이야기가 됐을 때 이 게임은 가장 빛이 난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야기가 길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은 작품인데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 타이틀 중 하나고, 여러분도 그런 경험을 같이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7 Days to End with You』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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