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지구를 지켜라, XCOM2 : War of the Chosen

Otakuman 2024. 1. 14. 03:12

확률의 미학

나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꽤나 좋아한다. 한 번 죽으면 영원히 끝이라는 압박감 속, 확률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 사이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내어 살아남는 그 순간의 쾌감을 아마 마음에 들어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캐릭터가 이쁘지 않으면 플레이 의욕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모드란 것이 있다. 게임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잔뜩 나오게 하는 멋진 모드들이 말이다. 그런 모드들과 나의 조금 변태 같은 로그라이크 게임 취향을 충족시켜 주는 게임을 어느 날 발견하게 됐다. 바로 『XCOM2』다. 

 

 

제작: 파이락시스 게임즈 
장르: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한글패치: O (공식 지원)
플레이타임: 모르겠다. 반복을 너무 많이 했다.
스팀평가: 매우 긍정적(2024년 1월 14일 기준, 65944개의 평가)
가격: 본편 62300원, War of the Chosen 45000원. 할인 자주 있음.


소개 및 소감

 

엑스컴2는 전작에서 일어난 XCOM과 외계인 '어드밴트'들과의 전쟁에서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해 대중의 항복 요구에 굴한 정부들로 인해 XCOM이 해체되고 외계인의 손아귀에 빠진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해체된 XCOM의 잔존 세력들은 20년 동안 사라졌던 사령관을 찾아내어 외계인들에게서 구출해 내는데, 이것이 바로 주인공이다.

 

전체적인 게임 방식은 본편과 확장팩인 WOTC가 조금 다른데, 나는 WOTC 버전을 기준으로 플레이했으므로 그것을 설명해보겠다. 우리는 '어벤저'라는 거대한 수직이착륙 기를 거점 삼아서 외계인과 대항할 각종 기술의 연구, 게릴라 작전을 수행하면서 외계인들과 싸우게 된다. 이런 게임 플레이는 크게 '내정' 파트와 '전투' 파트로 나뉘게 되는데, 내정 파트에서는 저항군 세력들과 접촉해 여러 보너스나 효과를 발휘하는 '기밀작전'등을 할 수 있고, 캐릭터들의 방어구나 무기에 대한 연구나 아이템 제작, 게임 내 자원 요소인 정보와 보급품을 모으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전투 파트에서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 되어 진행하는데 적이나 우리나 총 몇번을 맞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엄폐물을 활용해 나는 맞을 가능성을 줄이고 상대는 최대한 맞춰서 죽이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게 된다. 특이한 점은 엑스컴의 캐릭터들은 전투 중에 죽으면 정말로 죽는다. 부활은 할 수 없다. 이런 특징은 '철인'모드라는 매 순간 새로 세이브를 하는 설정 옵션과 함께하면 극한의 게임 경험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퍼머넌트 데스, 영구적인 죽음을 꽤나 즐기는 사람이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매 순간 세이브가 되는 철인 모드를 남자는 어려움 난이도지! 라면서 처음부터 했다. 그리고 그것이 크나큰 실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지구는 듀토리얼 미션에서 사령관을 구출하다가 전원 전멸했다. 게임 시스템을 파악하고 다시 한 두 번째 지구는 둘이 죽고 끝났지만 점차 쌓이는 병사 피해에 모아둔 병사들이 대부분 다 죽어버려서 게임의 초반 부분에서 지구가 또 망해버렸다.

 

그렇게 실패를 쌓아가기를 어느덧 16번, 나는 꽤 숙련된 사령관이 되어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신의 가호를 받았는지 중반 지점을 넘어설때까지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다. 그때의 나는 꽤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살아남아서 잘 육성된 캐릭터들. 쌓여서 굴러가기 시작한 스노볼링. 이번에야말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함께한 병사가 죽었다. 어드밴트에게 민간인들이 습격당하는것을 구출하는 미션이었다. 녀석의 이름은 MAC-10(소녀전선에 그 캐릭터가 맞다! 내가 그렇게 병사의 외형을 모드를 통해 커스텀했다.)으로 돌격병 병과를 가지고 있었다. 대원들의 안전을 추구하다 보니 너무 많은 민간인이 죽었고, 나는 최종 등급까지 오른 MAC-10을 믿고 있었다. 그녀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안전을 포기하고 당당히 혼자서 적진에 한가운데까지 쳐들어간 그녀는 특유의 기동력으로 칼로 적들을 베고, 샷건으로 적들을 한발씩으로 쓰러트면서 전장을 종횡무진했다. 그럼에도 상처는 계속해서 쌓여갔고, 임무의 성패를 가로 짓는 순간이 찾아왔다. 남은 민간인은 단 한 명. 죽는다면 미션은 실패였다.

MAC-10이 고를 수 있는 대상은 두 가지였다. 무척이나 노리기 어려운 민간인 근처에 있는 적, 그리고 자신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맞추기 쉬운 적. 나는 민간인을 구하기 위한 5% 명중 확률에 걸었다. 탕!. 그리고 그녀는 그 한 발로 마지막 사람을 구해냈다. 그러나 자신을 노리는 10%의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펑! 노란색 글씨가 떠올랐다. 치명타였다. 게임 특유의 슬로 모션 연출 속에서 그녀의 시체는 피를 뿌리면서 쓰러졌다. 그녀를 죽인것도 마지막 적이었기에 MAC-10과 유대관계였던 MP5가 정신이상 광폭화(조준이 감소하지만 즉시 사격)로 복수하면서 임무는 완료되었다.

 

임무가 끝나고 복귀한 병사들은 만신창이였고, MAC-10의 자리에는 '추모 사진 찍기' 버튼이 있었다. 찰칵. 랜덤 생성을 통해 나타난 포스터에 그녀는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내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 그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 그녀가 했던 임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첫 임무, 사령관 구출에서 그녀는 혼자서 세 명을 죽이면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외계인들의 대장인 '엘더'의 직속 부하...같은 중간보스들인 '선택받은 자'들 중 어쌔신도 투명화해서 사라지는 어쌔신을 끈질기게 추격한 그녀의 손에 목이 떨어졌다.

나는 생각했다. '내 대원이 죽은 지구는 싫어. 다시 시작할까?' 하지만...확신할 수 없었다. 이 이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조차 운명과도 같은 확률 속에서 걸린 대원이었으니까. 나는 조용히 포스터의 문구를 편집했다.

"반드시 지구를 구합시다."

그리고 나는 지구를 구했다. 16번 지구에서 XCOM의 사상자는 단 한 명뿐이였다. 이름은 MAC-10이었다.

 

....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이런 점이 나는 로그라이크가, 그리고 빗나감!으로 유명한 XCOM만이 주는 깊은 몰입도와 재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이 아닌 사람을 위해서 보통 난이도도 충분히 있다. 세이브 로드도 잘만된다. 하지만, 역시 총알 한 번에 생사가 갈리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 총알 한 발의 명중이 아끼는 캐릭터의 목숨을, 더 나아가 지구의 존망을 가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게임은 아마 엑스컴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가? 당신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XCOM2』 , 그리고 『XCOM2 : War of the Chose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