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
나는 겁이 많아서인지 공포게임을 잘 못한다. 특히 내가 대항할 수단이 없어서 도망치기만 해야하는 경우는 끔찍하다. 그래도 총같은거라도 생기면 벌벌 떨면서 싸우기라도하지...하지만 또 우습게도 SCP같은 괴담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공포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은 이상하게 재밌어보였다. 바로 『Lethal Company』다.
제작:Zeekerss
장르:FPS, 호러, 코미디, 4인 협동, 인디
한글패치:O(비공식 지원)
플레이타임:멀티 게임이므로 원하는 만큼...
스팀평가:압도적으로 긍정적(233,752개 평가 2024년 1월 17일 기준)
가격:11000원
현재 상태 : 앞서 해보기
소개 및 소감
당신은 우주를 누비는 치명적(Lethal)인 블랙 기업의 직원으로, 외계 행성의 폐건물들을 탐사하면서 폐철물들을 최대한 수집해서 회사에 제출해야한다. 3일을 간격으로 달성해야하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해고' 당한다.
실제 게임 플레이는 1인칭 시점으로 무척이나 불편한 특유의 그래픽으로 시야 확보가 잘 되지도 않는데, 위험한 괴물들을 대처하면서 아이템들을 수집해 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은 멀티를 기준으로(그러니까 적어도 두 명이 함께하는) 난이도가 책정되었는지 혼자서하면 무척이나 어렵다. 사실, 여럿이서 해도 어렵다. 하지만...'재밌어'진다.
처음 게임을 시작해서 친구들 셋과 수집을 시작했을때는 모든게 낯설고 두렵기 짝이 없었다. 아직도 친구가 무섭다면서 맨 뒤에 서서 자기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겠다고 했던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노래 소리가 갑자기 비명과 함께 끊겨버렸을때의 긴장감, 두려움! 나머지 사람들은 부리나케 도망치고 정신 차려보니 어딘지 모를곳에 와있어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때의 고립감...다시 생각해도 두렵기 짝이 없다. 다행히 그 판은 나는 살아남아서 우주선의 모니터를 통해 친구들의 생사를 확인했더니 이미 다 죽어버려서 충격과 함께 우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 게임의 진짜 재밌는 점은 공포 속에서 시작된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 친구들, 공포에 빠져 삽을 휘두르다가 아군부터 다 죽여버린 나!, 우주선 앞에서 거인에게 붙잡혀 먹히는 친구...우리는 최고의 성우나 다름없이 비명을 지르고 애타게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모든 과정은 무섭지만, 재밌다. 그래픽부터 시작하는 게임 특유의 그 조잡한...일련의 느낌과 친구들의 공포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불러온다. 그 순간 우리는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
물론, 게임이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다. 아무래도 어떤 부분은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얼리액세스인만큼 많지않은 컨텐츠와 반복되는 플레이 구조는 게임의 수명이 걱정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11000원으로 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라고 생각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공포도 그렇다. 평소에는 공포게임을 하지 못하는 당신도 모두와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 두려운 우주로 떠날 시간이다. 지금까지 『Lethal Compan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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