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G.01 세계는 사랑으로 움직인다
여러분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물리법칙을 얘기하거나, 자본주의, 종교적인 얘기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는 사랑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항상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게된것처럼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그곳에서 많은 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되짚어봤을 때 누구나 자신의 기원과도 같은, 나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 만화, 소설.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기에 2023년에 쓰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내가 처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건 역시 이 애니메이션이다.
바로 『신만이 아는 세계』다.

장르 : 판타지, 러브 코미디, 하렘
TV판
1기 12화 완결
2기 12화 완결
3기 여신편 12화 완결
OVA
4인의 아이돌 1화 완결
텐리 상(上), 하(下) 완결
카논 100% 1화 완결
여러분은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속칭 '미연시'라고 하는 게임 장르를 말이다. 고전으로 가면 '투하트'나 '동급생'같은 작품이, 오늘로 온다면... 예전에 스트리밍에서도 잠깐 반짝했던 '기적의 분식집'같은 게임들을 말하는 장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 장르는 미소녀들을 마구 꼬시는 것이 메인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카츠라기 케이마'는 이런 게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게이머다. 그래서인지 현실에는 도통 관심 없이 게임에만 몰두하면서 스스로 그 어떤 미연시의 여자든 함락시킬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며 스스로를 '함락신'이라고 자칭할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공략해줬으면 하는 여자가 있다."라는 도발적인 메일이 어느 날 날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메일이 '함락신'인 자신에 대한 도발이라고 생각한 그는 과감히 답장을 하고, 그렇게 메일인척했던 지옥의 계약에 따라(이행하지 않으면 목이 물리적으로 날아가버린다!) 팔자에도 없는 현실 여자들을 꼬셔서 그녀들의 마음의 틈을 메꾸는 것으로, 마음의 틈에 숨은 '도주혼'이라는 세계를 위협하는 악령을 끄집어낸다는 것이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이 작품을 추천하려면 전개의 특이함, 주인공의 매력, 히로인들에 대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긴 말은 하지 않겠다. 러브코미디 물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 드! 시!
정말 흔치 않은 작품이니까.
주인공은 터무니없을 정도의 오타쿠이지만 찌질하기는 커녕 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도피처가 아니라 이상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에 언제나 당당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히로인들을 돕고, 히로인들은 그렇게 키워낸 사랑으로 다시금 주인공을 돕고... 그렇게 사랑은 세계를 움직이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생이라는 주관식 문제에 남들이 다 쓰는 객관식 답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 속에 놓여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이기에 더욱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의 가능성을 이 작품을 통해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결국엔 우리 모두 자신을 사랑하기에, 더 행복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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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은 원작에 대한 내용과 엔딩이 담겨있다. 극심한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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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쯤 하면 밑에 글은 안보이겠지. 사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부분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원작으로 들어간다면 나는 역시 후반부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실을 상징하던 치히로라는 히로인이 최종 히로인이 된 것까지는...... 뭐, 개인적으로 하쿠아를 응원하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납득가능한 선이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케이마가 내뱉은 말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복해지려면 타인을 희생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에 케이마는 "틀렸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이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진엔딩, True End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그가 결국 다른 히로인들의 행복은 생각지 않고 '현실'을 상징하는 히로인과 그냥 골인해 버린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전개였다.
물론, 이런 반박이 있을 수 있다. "히로인만 10명쯤은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게 어떻게 되냐? 힘들지 않냐?"라고. 맞다. 동의한다. 현실적으로는 힘들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신'만이 아는 세계가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
현실은 분명히 쓰레기 같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쓰레기 작품 속에 이상이 있던 것처럼, 현실에도 이상으로 향하는 루트가 분명히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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