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로우파워 무협, 21세기 반로환동전

Otakuman 2023. 12. 21. 17:03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가인 뷔퐁의 말로써 문학 작품에는 창작 당시의 시대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오늘날 고도화된 우리 사회에서 종교라는 공통의 절대적 가치는 쇠락하고 사회 전체의 단결된 목표 대신 개인주의가 도래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빛나는 경제적 성장은 사라지고 지속되는 경제 악화와 입시에서부터 시작된 무한경쟁은 이제는 남을 돕는 일도 자신에게 돌아올 위험을 판단해야 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문학이 나오고 있을까. 현실과는 다른 세계로 가서 남들이 모르던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그것을 뽐내고자 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것보다는 시간을 되돌려 실패조차 없던 것으로 만들고자 하고, 무언가를 나누기보다는 혼자 모조리 독식하고자 한다. 노력도 더는 싫다. 운 좋게 떨어진 기연을 통해 모든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 사람들은 이런 글에 몰입하며 목 막히는 ‘고구마’ 대신 ‘사이다’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갈구한다. 문학이 사회를 반영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사이다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21세기 반로환동전』이다.

 

출판 : 문피아(웹소설 플랫폼) 작가 : 검미성


이 책의 주인공은 선행을 하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을 따라 자기 이익이라는 불순한 동기로 사람을 돕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 강박적인 선행을 하는 허풍개라는 인물이다. 우리는 어쩌면 싫든 좋든 계속해서 선행을 하는 허풍개를 통해 모두가 힘든 시대에서 우리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허풍개가 따르는 도가(유교와 같은 중국의 사상 중 하나.)의 가르침에 따르면 도사로서 수련하며 스스로의 경지를 높이고, 선행과 악행을 적어 점수를 계산하여 하늘의 뜻대로 덕을 충분히 쌓는다면 육체를 가지고 신선이 되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무협지라는 것이 그대로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설정을 가진 이 작품에서 이 가르침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보답받을 때가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복잡해진 사회에서는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을 수도, 선의에 빌붙으려는 사람일 수도 있다. 수 없이 선행을 하여 덕을 쌓았지만 그가 신선의 길에 성큼 다가갔을 때는 출처불명의 돈으로 산 것이 분명한 값비싼 영약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이처럼 허풍개는 세상의 흐름과 자신의 이익, 선과 악, 신념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우리네 삶에서도 이런 갈등은 끝이 없다. 다른 세계로 갈 수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혼자 좋은 걸 독식할 수도 없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허풍개는 마음을 닫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박적으로 선행을 해나간다. 그렇지만 ‘21세기 반로환동전’은 이런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바로 우리의 주변이다. 허풍개는 살고 싶어서, 강박적으로 해온 선행이었지만 누군가에게 구원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자신 또한 구원받는다. 주변을 바꾸는 것으로 자신 또한 변한 것이다.

 

극의 끝에서 허풍개는 말한다.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이 손에 있노라.” 우리는 사이다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사이다는 어떨까. 주변이 주변을 바꾸다 보면 세상이 바뀐다. 그러다 보면 우리 모두가 사이다와 같은 청량함 속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의 뜻은 우리의 손에 달려있으니까.

 

장황하게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말했지만, 역시 직접 읽어보지않으면 이 일련의 이야기는 와닿지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정말로.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정통 '무협'이니까 읽는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거라고도 생각한다. 게다가 검미성 작가의 표현력은 담당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으니 역시 직접 읽어보는것이 전달력이 남다를것이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이 리뷰가 당신이 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을것같다. 

지금까지 『21세기 반로환동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