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한국판 인어공주, 방구석에 인어아가씨

Otakuman 2023. 12. 22. 19:02

사실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인어공주의 이야기

아마, 다들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인어공주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데르센의 동화책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나. 그만큼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인어에 대한 설화가 여럿 전해진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걔 중에서 '명 씨 설화'라는 인어를 구했다가 결혼해서 아들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점에 주목해 서양의 인어와 국내의 인어를 합쳐 이야기로 써낸 작품이 있다.
이번에 소개 할 『방구석에 인어아가씨』다.

개발 : 테일즈샵
장르: 비쥬얼 노벨
한글 패치 : 국산게임
플레이 가능 플랫폼 : 안드로이드, IOS, PS4, 스위치
구글 앱 평가 : 4.8(2023년 12월 22일 기준 6260개의 평가)
가격 : 5000원


사실 글을 쓸때가 되서나 생각났는데. 크툴루 미연시 다음에 이런 걸 리뷰한다면 어쩐지 취향이 굉장히... 이상해 보이지만 아무래도 괜찮겠지. 간단히 게임에 대해 소개하면서 시작해 보겠다.

1. 소개

주인공 '박도경'은 군 전역 후 1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소꿉친구와의 10년 만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소꿉친구인 '명아연'이 지느러미에 아가미까지 달린 인어가 되어있었으니까! 
인어공주는 다리가 생기는데 지느러미가 생겨버린 소꿉친구의 하반신을 되돌리기 위해 인어의 정체에 쌓인 비밀과 과거를 파헤쳐나간다...라는 내용의 게임이다.
 
일반적인 미연시처럼 배경, 히로인 스탠딩 CG, 텍스트창으로 진행된다. 특별할 건 없다. 이렇다 할 게임적 요소는 적지만 선택지들도 엔딩에 영향을 주는 평범한 비주얼 노벨이다. 아, 히로인은 한 명뿐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쾌하고 개그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중간중간 빈틈을 찌르듯이 진지하게 나오는 파트들과 유쾌한 파트 속에 슬쩍 집어넣은 복선들로 이야기를 견인하고 있다.
 

2. 등장인물

이 게임의 타이틀 히로인이자 메인 히로인이자 유일한 히로인인 '명아연'이다. 하반신은 민물 물고기인 쏘가리이다.
이 작품이 출시됐을 때인 2014년에는... 조금 보였지만 요즘에는 거의 보이지않은 '소꿉친구'와 '폭력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권에서 이 두 속성의 조합은 굉장한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유일하게 투닥투닥거리며 폭력을 휘둘러도 어색하지 않는 거리감이 아닐까. 캐릭터성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동시에 무뚝뚝한 모습과 여러모로 상식 등의 부족을 보여주지만 주인공이 군 전역을 했으니 동갑이라는 설정 상 2X세 되시겠다. 그 점에서 느껴지는 세월과 행동의 갭이 귀여움과 나중에는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 게임의... 개그 담당? 이름은 '납작이'로 주인공이 지었다.(아마도 가슴이 납작해서...) 가끔 시리어스 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깨트려버리는 천진난만함과 중2병 속성을 가지고 있다. 블루길 인어라는 콘셉트답게 외래종처럼 스토리의 분위기를 흩트려놓는 역할을 한다.

시골 산속에 살고 있는 무당, '정이'라고 불린다. 주인공에게 도움과 정보를 주는 조력자 포지션이지만 사실은 제대로 교육도 못 받은 사이비 무당이라 그렇게 유능하지는 않고... 오히려 무력이 강조되는 편이다. 윤 씨 부인이라고 하는 신내림? 받았다는 신과 가끔 인격이 바뀐다. 작 중 BL(2010년대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빌리나 존슨 같은 게이 드립들이 대부분) 개그 나 섹드립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이름은 박도경. 자칭 과학덕후로 갓 전역해서 시골로 왔다. 과학과학거리는것 치고는 냉철한 모습보다는 바보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3. 소감

히로인들의 비주얼에서부터 드러나듯이 배경부터 전체적인 설정까지 음... 일본 음식을 한국식으로 요리한듯한... 그런 퓨전음식 같은 느낌이 게임 전체적으로 드러나는데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느낌이라 유니크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CG퀄리티 또한 2023년에 와서 봐도 진지한 장면에서 조금 힘이 빠지는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아주 귀엽고, 이쁘다. 특히 자다 일어난 아연이의 스탠딩 CG는 특히 귀엽다.
 
메인 히로인인 아연이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 요즘은 보기 드문 소꿉친구 히로인이라는 점은 개그 파트에서 주인공을 퍽퍽 쳐대는 일본식 슬랩스틱 개그를 보여주면서도 거리감을 납득할 수 있게 해 줘서 좋았던 것 같고, 이야기 전개적으로도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깊고 확실하게 묘사할 필요가 없어 게임의 전체적 구성에 큰 이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우들의 연기 또한 이런 히로인의 매력에 확실히 힘을 보태준다. 어쩌면 부족할 수 있는 호소력을 감정 연기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은..... 아니, 내가 남자 캐릭터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좀 눈치가 없다. 정말로! 어째서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키스로 해결된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걸까... 이과생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보가 모두 모였을 때의 추리과정은 스피디해서 훌륭했다. 더불어 과학 덕후라는 점을 계속 작품 내내 강조하고 있는데, 이 점이 좀.... 유니크한 개성이라 가끔 몰입도를 깨버릴 때도 있는데 과학 덕후라는 설정 덕분에 나올 수 있던 좋은 장면들이 이미 작 중에서 몇번 있었음에도 이런 개성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예컨대, 클라이맥스 파트에서 "그건, 검증해 봐야만 아는 겁니다."라는 대사 같은 걸 쳤다면 '캬~이거지. 찢었다~'같은 소리를 했을 텐데 말이다.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역시, 과학과 로맨스는 생각보다 궁합이 좋다.
 
2014년에도 미연시는 영 뜨지 못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만약 당신이 미연시에 관심이 생겼다면 국내의 작품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첫 시작으로 방구석에 인어아가씨는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를 떠나서 언제나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가? 여기까지 읽었다면 안 해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그녀의 매력에 Fall In 해버려라! 지금까지 『방구석에 인어아가씨』였다.